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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저와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지신 분들이 제 블로그에 많이 들르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또 그와 관련하여... 굉장히 구체적으로 질문주신 분이 있어서, 이참에 정리를 해 두려고 합니다.

(댓글로 하려니... 입력창이 너무 작아서... 비효율적이네요.)



1. 10년이상 기획을 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돌아서려는 이유.

- 이를테면... 기획은 머리입니다. 손발이 없죠. 헌법같은 겁니다. 

헌법의 정신은, 하위법들이 어떻게 움직여주느냐에 따라서... 현실에 구현되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변질되기도 합니다. 

아마 헌법제안자들이 우리의 지난 10년동안의 법률해석, 적용실태를 본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 지도 모릅니다.


기획도 그와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FANCY한 기획을 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그걸 받쳐주는 디자인/개발에서 치이면, 

그대로 '나가리'입니다. 디자인/개발적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획자는 왠만한 다른 스킬이 없는 이상,

날로 강력해져가는 디자이너/개발자님들의 등쌀에 고객의 말을 옮겨 적는 타이프라이터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적어도 업계경력 3년차정도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기획자분들이 업무적 무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3년차 정도를 지내면서 많은 기획자분들이... 다음 두가지 중에 한가지를 택합니다.

1) 물이 흐르는 대로, 무난하게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기술을 터득한다.

2)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닥치는대로 스킬트리를 업데이트 시키기 시작한다.

(이 경우... 잘 풀리면 잘나가는 기획자가 되겠지만, 삐끗하면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어 이도저도 아닌 망캐가 됩니다.)


저는 2)번의 테크트리를 탔고, 5~6년차때 디자인을, 

8년차에 개발적 지식을 익히게 되면서 기획자로서의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잘 나가는 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망캐각 될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는 따로 불러주시는 사장님들도 계시고,

클라이언트들과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며 지낼만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기획경력에도 불구하고 개발쪽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기획+개발에서 나름 블루오션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full time 개발자가 되려는 생각은 그때도, 지금도 없으며... 

(아무런 백그라운드 없이 대뜸 풀타임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오직 한 길만 걸어오신 개발자님들에게 칼 맞을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기획 50 + 개발 20 + 디자인 30 정도의... 하이브리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2. 기획자는 평생직장이 가능한가.

'기획자'라는 정의에 [ IT기획자 ] 만을 포함시킨다면...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흐름을 기획자라고 거스르를 수 있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조금만 더 널리 생각해보면, '기획'없이 진행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집들이를 한다고 해도, 나름의 기획이 필요하잖아요?


IT에 묶이지 않고, 보다 넓은 분야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연마하신다면, 

기획이라는 직종 자체는 AI의 공습에도 무너지지 않는 평생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심리학, 마케팅 정도는 공부해둡시다...)



3. 기획자 v. 마케터... 생명력이 긴 것은 어느쪽?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모르는 기획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기획을 모르는 마케터도 존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하긴... 요새 인력시장에는 마케팅적인 마인드가 전혀 없는(또는 전혀 소내고 싶어하지 않는) 기획자가 많고,

마케터는 골치아픈 기획일을 별로 병행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둘 다 합니다)


마케터로 입문하시든, 기획자로 입문하시든... 결국은 양쪽 마인드를 다 잃지 않도록 노력하시는 것이

보다 안락한 직장생활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씬 긴 경력을 가진 제 친구는... 마케터로 시작해서 현재 연봉 8000이 넘는 기획자로 성장했고,

저는 기획자로 시작했지만, 결국 마케팅일도 겸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웹사이트라는 것도, 자본을 굴려 자본을 벌어들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까요...)


하지만... 백그라운드가 없는 상태에서는... 기획자로 입문하시는 쪽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현재 현업에는 기획 70에 마케팅 30정도를 요구하는 자리는 꽤 있습니다만,

마케팅 70에 기획 30정도를 요구하는 회사는 많지 않더군요. 간간히 나오기는 합니다만.

(나온다 해도... 마케팅적인 경력을 요구합니다. 기획보다... 증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조언드리자면... 기획으로 일단 시작하시고, 마케팅적인 필요가 생겼을 때, 

그쪽으로도 살금살금 관심과 스킬을 닦아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하다보면...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마케팅이거든요.



어느정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블로그 새로 꾸며서... 기획자 멘토/멘티 전문 블로그로 리뉴얼을 할까봐요.

제가 12년전에 이 업계 들어왔을 때 궁금했던 질문들이

아직도 그대로군요. 

우리나라도 멘토/멘티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라도 후배님들께 도움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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